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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라

체험기

최근 정리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것에 대해 써보고 싶어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달 2월
설연휴가 다가올 즈음

설날도 다가오고
센터 공부도 쉬고 있고
어느덧 집에 안간지 2년이 넘었길래

이번 기회에
집에 한번 다녀오면 좋겠네
하고 명분을 만들어

설전에
경남 고성에 있는
집에 다녀오게 됐었어요.

그래서
집근처
요양병원에 있는
할머니도 찾아 뵙고

집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요.

그때
두밤 자고 왔는데
첫날밤에
아버지와 거실에서 자고 있었는데

자다가
새벽 1시쯤인가
아버지께서 잠에 깨셨는데
마침 저도 잠이 깊이 안들었던지라 
깨어나서

어쩌다보니
그때부터
아버지랑 날이 밝아올때까지
계속 대화를 하게됐어요.

이때
저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아버지께서 토로하셨는데요.

남들처럼
대학도 들어갔으면
졸업해서
번듯한 직장 들어가고
결혼해서
애낳고 사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지 않고

대학 졸업도 안하고
그렇다고 
제대로된 직장도 안다니고
월급도 얼마 안되는
고시원 관리자로
겨우 살고 있냐고

그러면서
뭔지도 모르는
공부한다고 하는데

니가 사는거 보면
산에 들어가서
도닦고 사는 것 같다

그럼 차라리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스님이나
목사라도 되던지

돈을 제대로 버는것도 아니고
누가 알아주는 것을 하는것도 아니고

등등

이렇게
저에 대해
대체 왜 그렇게 사냐고
이해가 안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때 처음으로

고등학교 1학년때 겪은
감당하기 어려웠던
괴로움이 있었음을 
아버지께 말씀드리게 됐어요.

저는 소위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는
평범한 삶을 살지 않고
지금처럼 살게 된
계기이자

또 
공부길에 들게 된
인연도

근본적으로는
이 사건 때문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 사건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인데요.

방학기간에
같은 반의 친한친구가 
맹장수술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그때 저는
친한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는데
친구된 도리라면 
병문안을 가야하는것 아닌가
라고 
생각하면서 갈등하다가

결국 안가게 됐고

이후
개학하고
그 친구와 대면하게 됐는데

그 순간
제가
친구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시선을 회피하는 것이였어요.

예상치 못한
저의 반응에
저는 너무 놀랐고
당황스러웠어요.

표면적으로는
친한 친구라 반갑고
안부도 묻고 싶고
친구에 대한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내가 왜 이러지?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원인을 모른채
계속 
친구의 얼굴을 제대로 못쳐다보고
시선이 마주칠라 하면
회피하게 되는 증상이
계속 나오니

관계가 어색해지고
그러다 보니 점점 멀어지고

게다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 한테까지
점점 시선회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되자
사람의 시선이 무섭고
왠지 모르게 눈을 쳐다보는 것이
너무도 견디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정상적인 대인관계가
힘들어졌고

그러면서 
점점 극도의 긴장감과
식은땀에 젖은
하루하루를 보내게 됐어요.

그래서
그 괴로움이
당시엔 
도저히 감당하기가 어려운 무게였고

그래서
이대론 살 수 없어서
그때부터
이거 해결안하곤 못살겠다

만약에 이 고통을 면할 수 없다면
적어도 이유라도 알고
이 고통을 당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것 같아요.

그리고 또 강했던 생각이
약을 먹는다든지 하는 등의
외부적인 것으로는 고치기 싫다.

약으로 해결해버리면
다시 증상이 나타날때
또 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니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여겨졌어요.

그리고 
어떨때는 괜찮은 듯하다가
어떨때는 심해지는 듯하니
이거 뭔가 내안의 문제다.

그러니
괜찮을 때와
안괜찮을 때
둘의 상황에서
내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발견하면
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던것 같아요.

그러면서
병원 이외의 방법을 찾다보니
인터넷을 뒤지고
서점, 도서관의 책을 뒤적거리게 됐고

그러면서
내면에 대해 탐구하는
쪽으로 눈길이 갔고

그러면서
어느새 
영성 분야로
관심이 크게 갔고

그 과정에서
수행 단체들도 
직접 찾아가봤고

그러면서
인연이
봄나라에 닿게 됐었어요.

그러는 사이
증상이 있다가 없다가
하면서

어떻게 어떻게
버티고
살다보니

어느샌가
거의 증상이 없어져
불편함이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됐는데요.

그러다보니
괜찮아지긴 했는데
이게 왜 괜찮아진건지
정확히는 모르는 상태가 되버렸어요.

또 생각이란게 허술한게
괜찮아지니깐
원인을 알고 싶은 강했던 생각도
힘을 잃더라구요.

아무튼
이런 이야기를
그 당시는
부모님께 말씀안드리고
혼자 해결하려 했기에

이날 
아버지와 밤에 대화하면서
처음 말씀을 드리게 됐고

그러면서
이때의 고통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살게 했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그러면서
정확한 내용은 
기억이 안나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친구가 입원하면
병문안을 가야한다는 법'

이 율법을
내가 가지고 있다보니
당시 내가 그 지경이 됐었다는 식의
말을
엉겁결 한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러면서
그때 속으로
이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가 입원하면
병문안을 가는게 친구의 도리이다'

이 별것도 아닌 생각이
이게 
이게 이렇게 사람을 
이렇게나 병신으로
만들 수가 있는가?

지금에서 보면
어안이 벙벙한데요.

아버지의 반응 또한
뭐 별것도 아닌것 가지고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고
좀 미안할 수도 있고
그냥 넘어갈 수도 있지
하시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하셨는데요.

아무튼
저도 좀 어처구니가 없지만

지금 제가 파악하는
의식의 범주안에서는
이 생각
이 율법 말고는
도저히
시선회피의 원인을 찾지 못하겠어요.

그리고
이 생각이 작동한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는 저도 모르게
'가까운 사람이 입원하면
병문안을 가는것이 사람된 도리다'
라는 율법을 
저도 모르게 받아들인 후
저도 모르게 머리속에 
뿌리내리게 한 가운데

그 율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해서

그 율법을 지키지 않았고

그로 인해
저는 
둘로 나뉘어

한편으로는
율법을 들이대는
심판관이 되서
저를 벌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율법을 어겨 심판받는 죄인으로써
율법을 어겨서
친구에게 죄를 범한
가해자로 
스스로를 낙인찍어 버린것으로
보여요.

그리고 이 과정은
저도 모르게
아주 은밀하게 진행되었기에
저는 완전 캄캄했던것 같구요.

그러다보니
결국
가해자된 입장에서
피해자인 친구를 만나게 된 셈인데요.

이때 친구의 시선을 회피하게 됐구요.

이런 모습은
이제보니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더라구요.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경찰에 잡혀서
피해자의 가족 앞에
또는 대중앞에 모습을 드러냈을때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 시선을 맞추기 어려워 하는 모습

결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할 수 없고
주눅이 들어있는 모습

정말로
저는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내면상태와
똑같은 상태였던것 같아요.

법을 어긴 죄인의 심정.

그렇기에
시선회피 증상의 원인은
제가 제 스스로를
벌하여
스스로를 죄인으로 낙인찍었기에
나타난 증상으로 보여요.

그렇기에
율법이 없어진다면
법을 어기는 자도 
존재할 수가 없으니
자연스레
이런 증상도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보여지는데요.

저도 지금에서 보면
의식적이진 못했지만
이럴땐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억압이
내게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이후부터 은연중 알게 됐는지

이럴땐 이러이러 해야해라는
의무감에서 행해지는
모든일들에
소원해지기 시작한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대학졸업도
취직도
결혼도
어느새
의무감이 없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이와 더불어

'가까운 사람이 입원하면
병문안을 가는것이 사람된 도리다'
라는 생각 또한
힘을 잃어

자연스레
시선회피 증상도
사라진것이 아닌가 싶어요.

법이 있어야
법을 심판하는 자도 존재하고
법을 심판받는 자도 존재할 수 있는데

법이 없으니
법을 심판하는 자도 
법을 심판받는 자도 존재할 수 없듯이 말이죠.

그래서 여기서
괴로움의 원인이 
무엇인가 
다시 정리해보면

내안에 뿌리내린 율법 때문인가?
싶었다가

이것은 율법을 탓하는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것 같고

진짜 원인은
내 안에 어떤 생각(율법)이 
도사리고 있는지
살피는 능력이 없는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여요.

매번
공부의 계기로써
시선회피 증상을 이야기 하면
그것에 의한 괴로움에만
초점을 맞춰 이야기 했는데

이번엔 괴로움의 원인에 대해
보다 정리하게 되서
답답한게 해소되는
시원한 감이 있어요.

그러면서
이번에 정리한 것을 바탕으로
책을 읽다보니

전보다 공감되는 부분이 
눈에 더 들어오게 됐어요.

특히 분열의 구도에서 말이예요.

내 안에
어떤 율법이 자리잡게 되면

나는 그것을 지키려는 
무서운 심판하는 자이면서
동시에
율법에 심판을 받는자로
분열되어

율법대로 살면
그 율법은 더욱 굳건해지면서
동시에 더욱 율법에 갇히게 되어
부자유한 삶을 살게 만들고

율법대로 살지 않으면
스스로를 엄중하게 벌해서
반인륜적인 범죄자급으로 타락시켜
스스로 움츠러들고
스스로 쭈그러지는 부정적인 능력

내 안에 
무슨 생각이 오고 가며
어떤 생각이 뿌리내리는지 
알아차리지 못하면

혼자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이렇게나 스스로를 타락시킬 수 있는
이 엄청 어두운 능력.

그리고
지금도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는 율법에
지배받고 있으면서도
전혀 지배받고 있는지 모르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최근 이런 것들을
머리속에서 정리해오다가
오늘 글로 적어보게 됐어요.

머리속에서만 맴돌면
답답해서
넓은데 끄집어 내려고
이렇게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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