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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라

봄님들의 공부

필사 2

지수연 2016.02.02 04:11 조회 수 : 664

예전에 필사할 때 

필사가 가장 힘들게 느껴졌던 것은

마음은 

얼른 빨랑 글을 옮겨 적고 

빨리 진도 나가고 싶은데 

몸, 즉 손가락은 분명 속도의 한계가 있으니까

마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니까

마음이 바라는 것과

몸이 실제로 행할 수 있는 것의 차이가 있으니까

몸과 마음이 자꾸 벌어지는 그 자체가 고통이 되어서

필사가 무지하게 힘든 것이다.


그걸 인식하면서 자꾸 달래가면서 

지금 여기로 집중시키는 자체가 힘이 들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손가락 알아차리기도 하지 않고

글을 옮겨적기 바쁠 뿐이다.


목표지향적으로 완전히 전향하여

과정을 헌신짝처럼 버려버렸다.


그런데 

이제 양상이 다르다.


마음이 별다른 걸 바라지 않고

손가락 움직임 알아차리기에만 

충실하고 만족하고 있다.


그리고 그 자체가

시간이 없고 

바라는 게 없고

다른 할일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전념할 수 있으니

시간이 멈춘 채

내 존재 자체에 만족할 수 있으니

선생님 글을 필사하는 

직업이 있다면

그것이 딱 내 적성이겠구나 싶다.


그리고 이제 진짜 인간이 

헛된 꿈속에서

헛된 꿈꾸며 살던 인간이

철 좀 들었다 싶다.


나를 의식하고 알아차리는 자체 외에

바라는 게 특별히 없으니

목표하는 게 별도로 없으니

꿈꾸지 않는 인간

소박하고 단순한 인간이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어쩐지 드디어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


그외에 

요즘 지내면서 

몸의 컨디션에 관하여 발견한 것이 있다면

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알아도

머리가 몸을 놓지를 않는다.


머리가 

몸을 지배하려는 기득권의 욕구를

절대로 놓지 않는다.


머리가 몸을 놓아주고 

몸에게 자유를 허락하였으면 한다.


항렬이 낮은 놈에게

독재적 하극상으로 지배당하는

내 불쌍한 몸.


마음이 몸을 놓아주어

몸이 자유를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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